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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
금년 들어 우리에게 100년, 200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이를 주기로 경험하지 못한 폭우와 장마철 그리고 불가마솥 폭염과 기록적인 열대야가 계속됐다. 9월 중순의 추석 명절까지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폭염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또한 이로 인해 서울에는 116년 만에 가장 늦은 잠 못 이루는 열대야 현상도 이어졌다. 이러한 극단적 기후변화는 미생물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활동 주기를 파괴하고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여름철이면 극성을 부리는 모기떼가 확실히 줄었다. 또한 여름철을 알리는 매미 소리도 듣기 힘들어졌고 이슬 맺힌 거미집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불규칙적인 최악의 기후조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과 경기지역의 상수도 급수원인 소양호와 대청호는 쓰레기가 떠내려 와 호수면을 덮어 수질오염과 녹조류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상수도를 비롯한 물은 자연 자원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창세 및 창조 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의 만물은 물과 흙으로부터 시작됐다. 중국 신화는 생명의 약동은 바다의 파랑이라고 했으며 그리스의 신화에서도 물은 여자의 영혼이며 모든 생명체의 모체로서 물질의 매개체라고 역설했다. 이후 과학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자들의 물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바다가 생명의 기원이고 다양한 생물환경을 통해 진화 과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인간도 어머니 자궁 내의 양수 속에서 인체조직이 형성돼 온전한 인간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생명의 근원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물은 모든 생명체의 중추적으로 물 분자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물은 기름 등 많은 지구상의 액체 성분 중에서 오직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어는 고유한 특성이 있기에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생명체 구성에서 혐기성(嫌氣性) 생물은 있어도 혐수성(嫌水氣) 생물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미생물까지도 영양분이 아무리 많을지언정 물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이 달을 탐색할 때도 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또한 지구는 한정된 자원을 싣고 있는 조그마한 우주선이라고 부른다. 그 자원 중에서 물은 지구 탄생에서 최초로 생긴 가장 풍부한 자원이다. 그러나 인간 생활 활동에 의한 오염으로 직접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물이 귀하게 여겨진 것 뿐이다.
지구상의 물은 약 13억 8,500만㎦도 추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바닷물은 97.4%인 13억 4,900만㎦이며 나머지 2.6%인 3,600만㎦ 만이 담수(淡水)인 민물이다. 또한 이 중 68.7%인 2,400만㎦는 빙산과 빙하를 이루고 있으며 지하수가 30.15%인 1,000만㎦이고 나머지 1.15%인 100만㎦가 호수와 늪, 강과 하천 등의 지표수와 대기 중에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이 사용 가능한 물은 극소량에 불과하다.
인간은 1700년대에 수자원 통제로 인해 효율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시작했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가져왔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로 지구의 해양과 내륙 습지의 87%가 파괴됐다. 이와 함께 세계 식량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는 데 이용되는 매장량이 한정된 지하수까지도 고갈될 것으로 우려한다. 인간 생활과 경제발전에 필요한 화석연료의 대체는 풍력과 태양광, 원자력 등으로 가능하지만 물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상당 국가가 물 부족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물 사용량의 급증과 지역 간 수자원의 차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와 도시가 물 사용량이 공급량을 초과해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즉 인구 증가로 인해 하천 등의 물을 사용하면서 세계 주요 하천이 고갈되고 있다. 한 예로 중국 문명의 발상지인 황허강은 1972년에 처음으로 고갈됐으며 1997년에는 황허강의 물이 바다에 도달하지 못한 날이 226일에 달했다고 한다.
물의 전쟁
물 부족 현상이 계속된다면 인간의 생활에 직접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식량 생산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전 세계 식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 미국의 지하수까지도 메말라 식량 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다. 미국 35대 케네디 대통령은 물 문제를 해결하는 학자는 노벨평화상과 과학상 등 두 개의 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극단적 표현으로 20세기를 국제적 석유 분쟁이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대체가 불가한 물 전쟁이 될 것이라고 혹평하기에 이르렀다. 물 전쟁이란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강과 하천을 사이에 두고 국가 간의 물의 이권 다툼이다. 대표적인 것이 요르단강이다. 요르단강은 요르단과 이스라엘 및 시리아를 흐르는 조그마한 하천이지만 1967년 시리아가 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면서 분쟁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농경 국가로 강을 끼고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때문에 농업용수 관리에 지역 간 수중보(洑)로 인한 다툼이 존재한다. 공업단지 조성도 충분한 물 확보가 우선이기에 물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도 물 관리를 위한 댐 건설 문제로 지역 간 님비(Nimby)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과 경기, 강원과 충북 지역에서 수질보전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다툼이 일어난다.
물 관리는 국가적 중책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리체계가 변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박사는 자본주의에서 물 생태주의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전 세계가 더 이상 성장과 발전 유지가 아니고 현 상태로의 유지와 번영에 집중해 회복과 재생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물이 존재한다. 인류는 태어난 후 25만 년 중에서 95%를 유목민(遊牧民)으로 살았기에 다시 물로 인해 새로운 유목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사는 영등포는 원래 물이 좋고 한강의 큰 물줄기, 안양천과 도림천 그리고 대방천이 흐르는 수변도시여서 큰 자랑으로 자부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