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약 150만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중 약 70%는 열대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생물은 물론이고 야생동식물은 인간에게 물질적 또는 정서적인 자원의 보물로 취급되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주변의 환경오염과 인간 위주의 각종 개발에 의해 멸종위기의 극단적 한계에 이르고 있다. 또한 남획과 불법 채취로 인해 멸종위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야생동식물은 생태계의 구성요소로서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조절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야생동물은 대부분 집단 서식을 하기 때문에 서식처 변화에 따라 증감(增減) 속도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야생조류(鳥類)의 예만 들어도 계절에 따라 번식 또는 안식처를 옮겨 다니는 철새가 있다.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할 때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의 두 무리로 나눠진다. 여름 철새는 대체로 봄과 여름철에 동남아시아의 각지에서 긴 여행 끝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알을 낳고 부화하여 번식한 후 가을쯤에 남쪽으로 다시 날아가서 활동하는 새다. 이 중에는 지금도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의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는 제비가 대표다. 또한 50년대까지만 해도 소나무의 긴 가지 끝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던 너무나 아름다운 황색깃털의 꾀꼬리도 여름 철새에 속한다. 여름 철새는 대부분 깃털이 아름답고 몸집이 날씬한 편이다.
한편 겨울 철새는 우리나라보다 북쪽에서 번식한 후 가을에 접어들 무렵 풍부한 먹이와 안전한 지역으로 무리를 지어 찾아오는 새다. 봄이 되면 번식을 위해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각종 오리와 기러기, 두루미 등이 이에 속한다. 겨울 철새는 종(種)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 특성에 따라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서 활동하게 된다.
특히 파주 임진각과 우리 국민에게는 한이 맺혀있는 비무장지대에도 수많은 두루미 등이 날아와 세계적 탐조(探鳥)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겨울 철새는 비교적 몸집이 큰 관계로 끝없이 넓은 바다를 건너 날아갈 수 없기에 내륙으로 이어진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원인도 있다고 보겠다. 철새가 일정한 장소에 날아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먹이가 있고 따뜻하면서 안전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겨울 철새의 도래지
우리나라에서 겨울 철새의 대표적 도래지는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부근 지역을 꼽고 있다. 이곳은 수많은 각종 물고기가 살고 있기에 풍부한 먹이가 된다. 그리고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은신처로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철새들이 겨울나기에 좋은 따뜻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생태적 조건으로 을숙도는 생태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한편 습지는 주로 해안가에 발달해 있는 가장 생산적인 생명 분야의 생태계로서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등 기후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물새들의 서식지로서 람사르협약에 따라 보호하고 있다. 람사르협약이란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채택한 국제환경협약이다. 우리나라 내륙의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이 이 협약에 등록되어 있다. 해안가의 습지가 아닌 경남 창원 내륙의 습지성인 주남저수지와 창녕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대표적 우포늪은 철새가 찾아드는 유명한 늪지다.
또한 최근 국내 연구발표에 의하면 우포늪은 수중면적 2.62㎢로서 약 6m 깊이로 11만 6천 톤의 탄소가 저장됐다고 한다.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42만여 톤에 해당하며 매년 700톤 이상이 흡수, 저장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늪지는 철새도래지이면서 지구온난화 방지의 공기정화 작용을 하는 일석이조이기에 생태 보전 지역으로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겨울 철새가 날아오는 지역은 남해안과 서해안에 발달해 있는 갯벌을 꼽을 수 있다. 갯벌의 특징은 밀물과 썰물이 겹치고 습지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역시 생물다양성을 이루어 철새들의 충분한 먹이를 제공한다. 남해안과 서해안의 갯벌은 2021년 7월 중국 푸저우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산하의 세계자연유산 제44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등재된 바 있다. 대표적인 곳은 충남 서천의 금강 하구 유역으로 겨울 철새의 도래지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면서 하구의 생태계가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에 풍부한 먹이가 있어 모여든다. 특히 금강 하구에는 넓은 갯벌과 갈대숲 그리고 근처 농촌 논밭의 잡곡은 한겨울 철새의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철새들은 전 지구적으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각종 기생충과 전염병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연례행사처럼 유행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닭과 오리 등 가금농장에서의 소독과 함께 외부인의 왕래를 통제해야 한다. 정부는 겨울 철새 도래지에서 철새의 분변을 수거하여 전염성 여부를 판단하여 백신 등 예방접종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세계 철새의 날’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철새의 이동 경로와 보호의 중요성 때문에 국제협약으로 제정됐다. 또한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가 있기에 매년 5월과 10월 중 둘째 수요일로 2회 지정됐다. 이제 철새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에서 소비자 역할을 하기에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