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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규환 (영등포구 환경정책위 전 위원장, 약학박사) |
동양권에서는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루를 설날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설날은 동네 어르신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고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또한 15일 대보름에는 윷놀이와 함께 쥐불놀이 행사로 마을의 단합과 액운을 물리치고 풍년을 비는 풍습이 이어져 왔다.
대개 윷놀이는 가족끼리 또는 동네 마을 단위로 멍석을 깔고 푸짐한 먹거리를 나누면서 어울림 한마당을 이루었다. 지금도 서울에서 동(洞) 단위별로 행사를 치르면서 한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금년에도 영등포구의 18개 동에서 날짜를 정해 각 동별로 윷놀이 행사가 이어졌다. 이에 대림3동은 새마을지도자연합회와 부녀회의 주관으로 2월 8일(토) 오전 10시부터 개최키로 알림 현수막을 내걸고 준비에 들어갔다. 대체로 윷놀이는 온 동네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함께 어울리기에 실내보다는 넓은 야외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매년 이때쯤이면 기후 절기상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상이변 탓인지 금년 겨울은 겪어 보지 못한 위협적인 매서운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따라서 한냉병의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에 야외에서 윷놀이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또한 당국에서도 실외가 아닌 실내 행사를 권고하였기에 넓은 실내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파 속 실내 윷놀이
방학 중이었기에 관내의 초등학교를 섭외했건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주최 측과 동 주민센터 측은 관내의 교육기관이고 또한 공립이기에 행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해도 전통적 민속놀이 행사의 장소 사용 불허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설명에 충분한 납득이 갔다. 사실인즉 수업 학기를 피해 겨울방학 중에 학교 건물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공사가 아닌 학교 건물이 오래되어 석면 함유 건축자재를 사용했기에 석면 대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와 같은 학교 당국의 사실과 설명은 완전 수긍이 가고 더욱 격려해 줄 상황이다.
주최 측은 다른 장소를 찾아 무사히 윷놀이 행사도 마쳤다니 동민의 한 사람으로 고마울 뿐이다. 또한 이번 윷놀이를 계기로 석면 전반에 대해 다시 돌아볼 기회가 되었기에 교육적 측면과 환경오염 적 차원에서 중요한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사실 전국의 학교와 관공서 등의 오래된 건물에는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잔존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노후화한 학교를 중심으로 석면 제거 정책을 시행중에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천만다행이다.
돌이켜 보면 석면(石綿)은 돌(石)이지만 솜(綿)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물질이라 하여 불리는 이름이다. 또한 석면은 단일 물질이 아니고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는 섬유 모양의 광물들을 통틀어 말한다. 영어로 아스베스토스(asbestos)라고 하며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고 ‘소멸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석면은 대단히 가늘고 끊어지지 않아 옷감처럼 짤 수도 있다. 또한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로 열과 화학약품에 강하며 불에 타지도 않는다. 전기가 통하지 않고 마모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물에 녹지도 않으며 부패하거나 변질되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한 때는 석면은 ‘기적의 물질’이라고도 불렀다.
석면 특성과 건강
따라서 산업적으로나 상업적 가치가 높아 다방면으로 이용되어 석면 함유 제품도 어림잡아 3천여 종이 넘었다. 지나간 현실이지만 1960~1970년대에는 우리의 농어촌 초가지붕을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의 개량 사업이 관행이 되었으며 도시에서도 석면이 많이 사용되었다. 더욱이 석면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었다.
이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호흡을 통해 공기를 들여 마실 때 오염물질은 어느 정도 걸러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먼지는 폐포에 도달하게 되지만 폐 조직의 대식세포(大食細胞)에 의해 제거되기도 한다. 그러나 섬유상의 석면은 정화되지 않으며 또한 대식세포에 의해서도 소멸하지 않는다. 그리고 수십 년 이상이 지나도 폐에 잠복하여 석면폐증과 악성중피종 등의 폐질환을 일으켜 숨 가쁨과 지속적인 기침, 객혈(喀血) 증세를 일으킨다.
1930년대에 처음으로 석면에 의해 석면폐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60년대 들어 산업보건 분야의 의사들에 의해 폐암과 흉막 및 복막의 악성중피종 등의 질병을 일으킴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석면의 유해성이 전 세계적으로 밝혀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석면이 확실하게 발암성이 인정되어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되었다.
폐암 등 석면폐증 질환은 20년 이상 석면 작업에 종사하여 석면에 직접 노출된 경우뿐만 아니라 석면 취급자의 가족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이는 석면 취급자의 옷에 석면이 달라붙어 가정에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2009년 1월 말부터 석면 생산 및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기에 실행에 따른 철저한 감독이 요망된다.
한편, 건강 문제에 있어서 흡연자에게 경고성 주의를 하고 싶다. 흡연만으로도 폐암 등 폐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금연을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흡연자의 석면 취급에 따른 건강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1이라 할 때 흡연 노동자는 폐암 발생률이 5.17이었으며 비흡연자가 석면을 취급할 경우 석면 취급만으로도 10.85로 나타났다. 또한 흡연자가 석면을 취급할 경우에는 무려 53.24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 보고는 흡연은 물론이고 석면이 폐암 발생에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경고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2026년은 석면 없음의 해가 된다. 그리고 환경부는 2025년 12월부터 총면적(연면적) 500㎡ 미만의 지역아동센터도 석면 조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제는 석면으로부터 해방된 깨끗한 실내외 공간이 될 것이다.